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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나비효과(3) 엘리데인 아카데미 제1강의실.
나는 권태로운 표정으로 턱을 괸 채, 드디어 엘리데인 첫 번째 마법 수업을 듣고 있다.
[제국의 기초 마법].
마법계 명문 라스 폰 셀레스티아 교수가 주관하는 과목이었다.
나는 시간도 때울 겸, 라스 폰 셀레스티아 교수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______ [기본 정보]
이름: 라스 폰 셀레스티아 성별: 남
나이: 35
종족: 인간
주(主)원소: 땅 업적: [엘리데인 아카데미의 교수] [특성]
긍정: [학구열] / [자기 반추] / [암기의 귀재] 중립: [원칙주의] 부정: [집착] / [편집증] / [트라우마] / [약한 멘탈] / [매몰] [스탯]
체력: 12
마력: 18
행운: 3
의지: 21
매력: 19
[스킬]
패시브 스킬: [지식의 샘] 액티브 스킬: [땅의 부름] / [열기 방출] / [기초 북부 검술] 등 ______ ‘역시 강하진 않다.’ 이론적 지식을 기반으로 제 자리를 확고히 한 라스 교수다운 특성과 스탯 배분이었다. 저런 무력으로 잘도 엘리데인에 교수가 되었다니.
여러모로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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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것도 많겠지. 파워볼사이트
‘뭐 그래 봐야 아직 기초에 불과하긴 하지만 말이야.’ 엘리데인의 신입생은 첫 주에 공통 과목만 듣게 돼 있다.
이를테면 [아크하임 제국의 역사]나 [승마술]과 같은 과목이 그 예시였다.
차주부터는 선택 과목을 고르고 이에 집중하는 게 가능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기초가 중요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마법이라는 학문은 기본적으로 자연계에 태동하는 무수한 종류의 기초 원소를 바탕으로, 이를 변화해 발현하고. 이것들의 형질 변화를 끌어내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하는 기색이지만 나는 상관없다.
이런 쪽으로는 원래도 꽤 암기력이 좋았거든.
파워볼게임사이트 거기다.
[특성 ‘암기의 귀재’가 파워볼실시간 발동 중입니다.] 내 특성 역시 나를 보좌하고 있다.
이 기세라면 다른 건 몰라도, 이론 성적은 무난히 좋게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의욕이 마구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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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대한 파워볼사이트 기억까지 다 날아가 버려서, 나도 모르게 지금의 상황을 즐기게 돼 버린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조금 슬픈데.
‘라스 교수의 실력은 확실하다. 역시 마법으로 유명한 명문가 셀레스티아 가문 출신다워.’ 나는 라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려한 외모에 더해 약간은 완고한 성정의 소유자.
라스는 나 역시 게임에서 자주 만난 캐릭터였다.
유저들이 떨어져 나가기 전, 여성 게이머들에게 꽤 인기를 끌어 기억에 선명한 녀석이었다.
마법 실력만큼은 확실한 사람이기에, 최대한 잘 보이면 차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기도 했다.
마법 이론에 관해 설명하던 라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 건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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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녹스 폰 리인하버 생도. 한 가지 질문하겠습니다. 자신의 소유 원소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암흑입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과연 [연기의 귀재] 특성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태연히 답을 내놓았고, 라스는 어째서인지 약간 구겨진 얼굴로 재차 물었다.
“…좋습니다. 그럼 암흑 원소의 특징을 가볍게 설명해 주시죠.” “혼탁하고 다른 속성과는 잘 섞이지 않으려 합니다. 단, 기본적인 파괴력 자체가 다른 원소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편이죠. 그만큼 다루기 어렵기로 유명하기에 제대로 쓸 수 있는 이는 한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칭되는 원소는…….” “신성입니다.” “…….”
뭐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침묵하는 라스가 나를 보며 묘한 열기 어린 시선을 하고 있다. 내가 무언가 잘못 본 거겠지?
아님, 라스에게 뭔가 비하인드가 더 있는 것일까?
나조차 알지 못하는 백그라운드 스토리이므로 일단 입을 다물었다. 뭐가 됐든, 자고로 닥치면 중간은 가는 법 아닌가.
그러자, 라스의 질문은 몇 개 정도 더 이어지더니 이내 잦아들었다.
기본적 마법의 연산식을 그리는 법이나, 마나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법 등이 그랬다. 호흡 방법 역시 마찬가지.
‘음…… 뭔가 진짜 이상한데…?’ 거기까지 가니 아무리 나라도 이상함을 느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신입생한테 물어봐도 되는 난이도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라스의 질문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어쩔 수 있나?
일단은 무능한 것으로 찍히면 답이 없는 교수기에 대충 다 답은 해 줬다.
짝짝.
라스는 끝내 손뼉을 쳐주며 어느새 무뚝뚝했던 표정을 화사히 밝혔다. 처음과는 사뭇 달라진 얼굴에 뭔가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훌륭합니다…! 사전 예습을 꽤 잘 해왔군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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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받고 있긴 한데, 어쩐지 위기 감지 센서가 작동중이다.
급히 몰아치는 피곤함에 눈두덩이를 누르자니, 라스가 이어 말해왔다.
“녹스 폰 리인하버. 재능을 갖췄다는 이야기가 허튼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군요. 당장이라도 제가 갖고 싶을 정도입니다.” “……?”
마지막 이야기는 실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 뒤, 적당히 흘러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공적인 자리에서 저런 이야기를 꺼낼 정도는 아니지.
라스는 내가 알기로는 꽤 상식인이다. 엘리데인의 교수들이 대부분 미쳐있다고는 하지만… 라스는 성실히 논문도 쓰고 있으며, 일 처리를 잘하기로도 유명하지 않은가.
라스는 태연히 수업을 이어갔다.
“그럼, 이론은 여기까지 하고. 이번엔 엘리트 학생들을 위한 간단한 실습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조교!” “네!”
조교를 호명하는 소리와 함께,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는 이들이 나타나, 학생들에게 수십 개의 철창을 각자 배급했다.
내부에는 반 전라의 모습을 한 형편없는 모습의 악마 한 마리가 들어가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이거 적어도 2학년은 진급해야 하는 수업으로 알고 있는데…?
이걸 신입생한테 꺼낸 이유는 뭐지?
어떤 변수가 작용을…….
그 순간, 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변수라는 거…….
당연히 이번에도 나지. 제기랄.

“하여간, 도련님은 의외로 이것저것 자주 깜빡하신다니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한 녹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리인하버 가의 저택 내부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익숙한 소녀다.
촤르르 떨어지는 녹발에 도자기 같은 피부를 지닌 앳된 얼굴.
녹스의 개인 메이드 지트리였다.
지트리는 녹스에게 지시를 받아 잠시 저택에 방문한 상황이었다. 체이더스 지역의 발전 현황과 토지 개발 사업의 진척도.
거기에 더해 그라인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도련님이 나한테 시키는 일은, 일개 메이드에게 부여하기엔 과한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의 주인인 녹스의 지시다.
토를 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녹스 도련님께 도움이 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련님의 악명(?)이 잦아들겠지. 하여간, 도련님은 지나치게 악역을 자처하시는 경향이 있다니까.’ 녹스의 평소 행실을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만 좋게 이야기해도 좋을 것을, 구태여 날이 바짝 선 채로 말해서 적과 싸우기를 즐기는 녹스가 아닌가.
특히 파라켈수스와의 싸움에서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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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파라켈수스와 제 주인이 싸울 거라고는 추호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거기다 최근에 나한테 주시는 차에 수면제를 타 두시곤 몰래 나가시는 일이 잦아졌어. 다시는 당하지 않아야 해!’ 한두 번은 도련님의 호의였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 마셨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봐줬다간 끝이 없겠다 싶었다.
늘 자신이 자고 있을 때 뭔가 사고를 치고 마는 그가 아닌가.

“하아.”
어쩌겠는가.
그래도 우리 망나니인 것을.
자신이 잘 챙겨주지 않으면 고생할 것이다.
지트리는 녹스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게, 지트리가 녹스에 대해 반추하고 있을 때였다.
부산스러운 목소리들이 주변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첫째 도련님이 가문에 돌아오셨다는 게 사실이야!?
-글쎄. 그렇다더라. 지금 가주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하시더라구.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있으려나….
-괜찮겠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작금의 상황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었다. 지트리는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근처 메이드에게 다가가 물었다.
“안녕하세요. 지트리입니다. 혹시 지금 저택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 녹스 도련님의 메이드시군요! 다른 건 아니고….” “내가 설명해줄게!” 이야기를 꺼내려던 둘 사이에 한 여자가 끼어들었다.
정체는 다름 아닌 로나였다.
녹스의 뒷담화로 유명한, 입이 걸걸한 의외의 호감캐 유닛.
최근엔 녹스가 자리를 비운 터라, 입이 한없이 가벼워졌을 인물이기도 했다. 지트리가 시선을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옮기자, 그녀가 이어왔다.
“지금 리인하버 가문에는 첫 번째 도련님인 가렌 님께서 도착해 계셔. 지금은 가주실에서 테오 가주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아….”
지트리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나가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이었다.
“꽤 댄디한 편이라 얼굴은 볼만할 거야. 그래 봐야 양아치인 녹스 도련님이 제일 잘 생기긴 하셨지만……. 이래서 신은 공평하다니까? 가주님의 얼굴이 한쪽에 거의 몰빵이잖아. 안 그래 지트리?” “하하….”
실제로 테오는 매우 잘생긴 미중년이었다.
과거에는 수많은 여인을 울렸다고. 녹스가 그 피를 가장 짙게 물려받았다. 다른 남자에게 무릇 재앙과 같은 얼굴이 그 증거다.
하지만 그런 것이야 어찌 되든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지트리로서는 얼굴이고 나발이고는 딱히 중요치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상황이 녹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그게 가장 중요할 뿐이었다.
“우선은 기다려보죠.” 고민을 내린 순간,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어딘가 술 취한 냄새가 함께 퍼져오는 목소리.
당연하게도 주인은 엘리나, 그리고 메이였다.
“지트리이… 우리 여보야는 어디 계셔어…?” “그새 호칭이 하나 느셨군요. 엘리나님.” “죄송합니다. 제가 말려야 했는데, 어느새 술을 몰래 입에 털어 넣고 있더군요. 얘가 이런 쪽으로는 천재적이라….” 메이는 거의 포기한 듯 보였다. 하기야, 이 정도면 메이보단 엘리나의 문제다.
어쨌든 세 사람은 그간 있었던 일을 가볍게 공유했다. 엘리나와 메이는 말은 않지만 엘레데인에 입학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사실 녹스의 권한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들을 입학시킬 방법이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아직 완벽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세 사람이었다.
적어도 [일편단심] 특성을 지닌 지트리야 제외하더라도. 엘리나나 메이와 같은 캐릭터들은 더 좋은 조건이라면 언제든 제 자리를 포기하고 이적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녹스가 가만히 놔둘 사람은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간만에 다시 뵙게 돼 정말 반가워요.” “‘그’ 녹스 도련님이 엘리데인에서 무슨 사고는 안 쳤어? 듣기론 벌써 입학시험에서 사고를 거하게 쳤다고 들었는데.” “헉! 그 소식이 벌써 거기까지 전해졌나요?” 로나는 대체 어디서 이런 정보를 물어 오는 것일까?
당최 알 수 없었지만,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 리인하버 가에서 십 년 이상 살아남은 메이드라 이건가? 이런 쪽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지트리는 그간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로나 뿐만 아니라, 엘리나와 메이도 함께 집중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날 즈음, 로나는 칫 하며 혀를 찼다. 아무래도 녹스가 활약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속내는 그게 아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놀림거리를 찾고 있던 로나에게는 아쉽게 되었다 볼 수 있었다.
반면 엘리나는 경외의 얼굴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역시 내 신랑님…….” “글쎄. 엘리나? 네가 아무리 그래도 너는 녹스 도련님 부인이 될 수 없다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결혼이라는 건 자고로 체급이 맞아야 하는 거라고.” 메이가 말렸지만, 엘리나는 안 들린다는 듯 귀를 막아버렸다.
이들이 간만에 회포를 풀던 중.
다른 쪽에서는 아주 심각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장소는 가주실. 그곳에는 테오와 총집사 로드웰.
그리고 첫째 아들인 가렌이 있었다.
가렌이 차가운 미소를 얼굴에 걸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아버지.” “가렌.”
두 사람 사이에는 도저히 부자지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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